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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리뷰

“차라리 재미라도 있었더라면…” - 거미집 리뷰

by loneboy 2023. 10. 22.

(스포주의)

 
거미집
“결말만 바꾸면 걸작이 된다, 딱 이틀이면 돼!” 1970년대 꿈도 예술도 검열당하던 시대성공적이었던 데뷔작 이후, 악평과 조롱에 시달리던 김감독(송강호)은촬영이 끝난 영화 ‘거미집’의 새로운 결말에 대한 영감을 주는 꿈을 며칠째 꾸고 있다.그대로만 찍으면 틀림없이 걸작이 된다는 예감, 그는 딱 이틀 간의 추가 촬영을 꿈꾼다.그러나 대본은 심의에 걸리고, 제작자 백회장(장영남)은 촬영을 반대한다.제작사 후계자인 신미도(전여빈)를 설득한 김감독은 베테랑 배우 이민자(임수정), 톱스타 강호세(오정세), 떠오르는 스타 한유림(정수정)까지 불러 모아 촬영을 강행하지만, 스케줄 꼬인 배우들은 불만투성이다.설상가상 출장 갔던 제작자와 검열 담당자까지 들이닥치면서 현장은 아수라장이 되는데…과연 ‘거미집’은 세기의 걸작으로 완성될 수 있을까? 
평점
6.6 (2023.09.27 개봉)
감독
김지운
출연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크리스탈, 장영남, 박정수, 차서현



영화 거미집이 개봉하기 전, 김기영 감독님의 유족이 상영 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송강호 배우가 연기한 영화 속 ‘김열 감독’이 김기영 감독을 토대로 만들어졌는데 부정적으로 묘사되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제작사는 ‘김열 감독은 허구이며 영화가 시작할 때 ’허구의 이야기‘라고 소개했기에 김기영 감독의 전기 영화가 아니라고 항변했다.

결국 제작사와 유족은 합의하여 영화가 개봉하긴 했다.
<달콤한 인생>, <놈놈놈> 등으로 충무로를 사로잡은 김지운 감독이
<인랑>으로 나락갔다 <거미집>으로 부활할 수 있을 지 무척 궁금했다.
그리고 <거미집>을 본 결과… 너무 불쾌했다. 왜냐면…

극중 ’김열 감독‘은 아무리 봐도 김기영 감독이다!
유족이 아무리 합의를 봤다고 해도, 자막으로 ‘허구의 이야기다’ 라고 항변해도... 이는 바뀔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영화 <거미집> 은 70년대 초를 배경으로 ‘김열’이란 감독’이 ‘거미집‘을 만드는 이야기다.
‘김열’은 촬영을 다 마쳐놓고 갑자기 엔딩을 바꾸기로 결심하며 영화 <거미집>이 시작된다.

그런데 영화 속 영화 ‘거미집’의 내용과 설정은
김기영 감독의 대표작 <하녀>의 거의 모든 요소를 다 가져왔다.

미씽 공장에서 일하는 여자가 음악 선생의 집에 들어가는 것,
그 집에 들어가서 집의 권력을 휘어잡는 것,
그 집에 하필 2층 집이라 계단이 있고 집 위아래를 오르내리는 것
종국에는 모두가 다 죽는 것 등등

잘 모르는 사람은 <거미집>에 나오는 ’김열‘ 감독이 ’김기영 감독이구나‘ 라고 생각하기 너무 쉽다.
특히 극 중 김기영 감독으로 보이는 ‘김열’ 감독은 선배 영화 감독의 시나리오를 몰래 빼돌려서 데뷔한 것으로 나오는데...
정말 모르는 사람은 ‘아, 김기영 감독이 스스로 시나리오를 안 썼나보네’ 라고 오해할 지경으로 보인다. 

영화 <하녀>의 한 장면&hellip; <거미집> 속 흑백영화와 거의 판박

그런 설정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했다.
‘영화가 다큐도 아니고… 재미가 있으면 된 거지’ 라고 생각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영화 <거미집>은 재미가 없다…  
재미를 주려고 ‘김열’ 감독을 희화화했는데,
이게 웃기지 않으니까 김기영 감독을 모욕한 것으로 보인다.

김열 감독은 ‘거미집’의 엔딩을 바꾸겠다며 제작사와 검열관을 속이기도 하고
배우가 술에 취하자, 김열 감독이 대신 연기하기도 한다.
심지어는 집이 불 타는 장면을 찍으려고 스튜디오에 불을 내다가
술에 취한 검열관과 배우가 불에 타 죽을 뻔한 코믹한 장면도 나온다.
극 중 김열 감독이 만드는 ‘거미집’은 실제 <하녀> 영화와 거의 유사하게 설정해놓고선
제작 현장은 실제와 전혀 상관 없는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나 <카메라를 멈추면 안돼> 급의 막장 코메디로 묘사했다.

그러다 보니 실제 김기영 감독이 ’못말리는 천재 감독‘으로 비쳐 보인다.

코메디언이 웃기려고 하는 데 못 웃기는 것 만큼 서글퍼 보이는 게 없다.
영화 <거미집>은 딱 그런 기분이다.

 

어떻게든 관객을 웃기려고 열과 성을 다하지만 대부분이 소소한 웃음 뿐…
송강호, 임수정, 오정세, 전여빈 등 베테랑 배우들이 웃기려고 안간힘을 쓰는 게 보이는 데,
막상 웃기지 않아서 안쓰러울 지경이다…
(이건 배우 문제라기보단, 그냥 시나리오 자체가 노잼…)  

여기까지도 그럴 수 있다고 이해할 수 있다. 영화를 만들었는데, 어쩌다 보니 노잼일 수도 있으니까…
그러나 영화 <거미집>은 웃기려고 오바하다가 선을 넘어버렸다.
극 중 정우성이 ‘김열’ 감독의 선배 감독으로 등장하는데,
걸작 영화를 만들겠다고 세트장에 불을 지르다 스스로 타죽었다는 설정을 넣은 것이다.

실제 김기영 감독님도 자택의 화재 사고로 돌아가셨다…

화재로 별세한 감독의 영화를 오마주하면서, 어느 영화감독이 불타 죽는 장면을 넣은 것이다.
그것도 코믹하게…

이 부분은 정말 이해할 수 없었다.

웃기지 않은 걸 넘어, 불쾌하기까지 했다.
김기영 감독 유족이 왜 상영 금지 가처분을 제기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고인을 사실과 다르게 묘사하는 걸 넘어, 죽는 모습마저 코믹하게 다룬 것으로 보이니
문제를 삼지 않을 수 없었을 것 같다.

난 김지운 감독이 왜 김기영 감독을 오마주했는지 잘 모르겠다.
본인이 겪은 창작의 고통을 김기영 감독을 통해 묘사한 건가 싶은데…
만약 그렇게 생각했다면 선을 넘어도 너무 넘은 거 아닌가 싶다.

김지운 감독도 나름 무수한 명작을 만든 감독이긴 하지만,
김기영 감독만큼 전설적인 위치에 있다고 보긴 힘들다.
김지운 감독은 독보적인 스타일로 다양한 장르 영화를 만든 사람이지,
김기영 감독처럼 한국사회의 병폐를 꿰뚫은 선구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차라리 재미라도 있었더라면…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