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스포) 미션 임파서블 - 데드 레코닝 리뷰
- 평점
- 9.0 (2023.07.12 개봉)
- 감독
- 크리스토퍼 맥쿼리
- 출연
- 톰 크루즈, 헤일리 앳웰, 빙 레임스, 사이먼 페그, 레베카 퍼거슨, 바네사 커비, 에사이 모레일스, 폼 클레멘티프, 쉬어 위햄
SF가 된 스파이 액션, 현실이 된 SF
★★★★☆
어느덧 7번째를 맞이한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전통의 얼굴 가면, 자동차와 오토바이 추격전, 그리고 톰 크루즈만의 스턴트 액션이 가득하다. 웬만한 영화 시리즈라면 7편은커녕 3, 4 편쯤 가면 지긋지긋해지곤 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도 3편의 흥행 실패로 오랫동안 제작이 멈추기도 했다. 그러나 크리스토퍼 맥쿼리 감독이 참여한 5편부터 제2의 전성기가 시작되었다. 맥쿼리 감독이 만든 6편을 보았을 때, 필자는 "이제 미션 임파서블은 완성되었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지붕을 뛰어다니고, 헬리콥터 곡예비행까지 하다 보니... 이제 더 보여줄 수 있는 게 없어 보였다.
그러나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 7은 나의 예상을 아득히 뛰어넘은 명작이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속으로 한 생각은..."미션 임파서블이 SF물이 될 수 있다니?!" 였다.
(당연한 말이지만, 액션도 엄청나다...)
아이맥스 비율은 없고, 쿠키도 없었지만... 너무 만족스러웠다.
*여기서부터 스포가 있습니다...
핵무기보다 더 무서운 가짜뉴스 생성봇

이번 영화의 빌런은 인간이 아니다. AI인 '엔티티'다. '가브리엘'이란 인간 악당도 나오긴 하지만, 그는 어디까지나 '엔티티'의 하수인일 뿐이다. 영화에서는 '메신저'라고 불린다.
엔티티는 가짜 뉴스를 만드는 인공지능 봇이다. SNS에서 가짜 뉴스를 만들 때는 CIA도 그냥 그러려니 했다. 그러나 이 인공지능이 정부 네트워크에 침투한 순간부터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가짜 군사 정보를 만들어 군부대를 조종하는 일까지 벌어진 것이다. 러시아가 이 인공지능을 통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개발했지만, 그 프로그램이 있는 잠수함은 엔티티에 의해 북극 심해에 잠겨버렸다. 이 프로그램에 접속하기 위해서는 2개의 열쇠가 필요하다. 세계 각 국 정부는 엔티티를 없애기보단 이를 통제하기 위해, 열쇠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에 뛰어든다. 미션 임파서블의 주인공인 이단 헌트는 엔티티를 파괴하기 위해 미국 정부와 등을 지고 독자 행동에 나선다.
지금껏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의 빌런 중 기억에 특별히 남는 빌런은 거의 없었다. 대개 세계를 파괴하겠다며 나서는 테러리스트였기 때문. 그러나 이번 빌런은 인간이 아니란 점, 그리고 핵무기보다도 더 무서운 가짜 뉴스로 세상을 혼돈에 빠뜨리려 한다는 점이 특별히 달랐다. 게다가 이런 빌런을 세계 정부가 없애려 하는 게 아닌 차지하려고 하니... 기존의 빌런과 비교할 수 없는 인상을 남긴다.
무엇보다도 이런 '빌런'이 이젠 허황된 존재가 아니란 사실이 더욱 두렵다. 인공지능은 이미 인간보다 체스나 바둑을 더 잘 두는 것을 넘어, 업무 보조도 엔간한 인턴보다 더 잘한다. 소설이나 음악, 그림 등 기계가 대체할 수 없다고 생각한 창작의 영역도 인공지능이 웬만한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하고 있다. 이런 인공지능이 다크나이트의 조커처럼 혼란을 일으킬 목적을 가지게 된다면, 영화 속 엔티티처럼 가짜뉴스를 만들고 확산시킬 일이 뻔하다. 사람들은 '기계는 거짓말하지 않는다'는 착각으로 기계를 맹신하니, 가짜뉴스는 훨씬 더 빠르게 전파될 수밖에 없다. 결국 인공지능은 핵무기보다도 더 은밀하게 사람들을 조종하는, 훨씬 더 위험한 무기가 된 셈이다.
진짜 허황된 이야기같나? 1편을 돌이켜보자

'아무리 그래도 가짜뉴스 봇이 전지전능한 조커가 되다니' 라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한 점을 의식했는지, 영화는 강박적으로 1편에 등장한 요소를 끊임없이 보여준다. 1편에서만 등장한 톰 크루즈의 손 마술, 기차 지붕 액션... 심지어 1편에서만 등장했던 IMF 국장 배우까지 등장한다. (심지어는 5편에서도 등장한 어느 인물의 어머니가 1편 속 어느 캐릭터란 설정도 추가되었다!)
1편을 보고 보면 좋단 말을 들어서 필자도 1편을 며칠 전에 봤었다. 1997년 개봉한 1편 속 기술력은 웃음을 참기 어려울 정도로 낙후되었다. 1편 속 해커는 본인이 해킹을 하려면 686 컴퓨터가 필요하니 사달라는 말을 하질 않나, 인터넷으로 성경 구절 검색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리질 않나... 그럼에도 주인공들은 당시 기술력으로 절대 구현할 수 없는 장비를 쓰고 다녔다. 실시간으로 영상을 송출하는 안경이라든가, GPS 추적기라든가...주인공과 주변 환경의 기술력 차이가 심각했다.
그러나 이런 주인공 장비들의 기술력은 이미 실현되었거나 거의 완성에 가까워지고 있다. GPS 태그는 이미 있는 기술이고, 증강현실을 이용한 안경도 애플의 출시를 기다리고 있다. 황당무계하다고 여겨진 기술들이 이미 현실에 등장하고 있는 셈이다. 영화 속 인공지능도 수년 후엔 가능할 수 있는 것 아닐까...? 1년이 나오고 거진 26년 동안 영화 속 상상은 거의 다 현실이 되었다. 7편의 상상도 앞으로 26년간 대부분 현실이 될 수 있지 않을까? 1편을 생각하면 할수록 더욱 두려웠다. 어쩌면 이걸 노리고 1편의 요소를 많이 넣은 것 아닌가 싶었다...
과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인간, 디스토피아를 피할 수 있을까?

엔티티는 전 세계 모든 정보들을 토대로 인간의 행동을 꿰뚫어본다. 과거를 분석해 앞으로 벌어질 일들을 거진 100%의 확률로 '계산'한다. 큰일이 있는 게 아닌 한, 인간은 과거의 행적을 그대로 반복한다. 그 행적을 분석하면 미래에 어떤 행동을 할 수 있는지 계산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미션 임파서블의 부제답게 '죽음의 계산' (Dead Reckoning)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인간은 이러한 인공지능 빌런에 어떻게 대응할까? 영화 속 미국 CIA는 엔티티가 내부 정보를 해킹하지 못하도록 모든 정보를 종이문서에 옮기기 시작한다. 디지털 세계에서의 빌런을 피하기 위해 아날로그 세계로 회귀하는 것이다. 과거를 파악하는 빌런을 피해, 더욱 깊은 과거로 숨어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펼쳐진 것이다.
빌런은 이 계산 능력으로 이단 헌트의 미래도 꿰뚫는다. 정의를 위해 무모한 선택과 액션을 펼칠 것이란 사실, 그리고 이를 위해 그는 시리즈 내내 고정적으로 등장한 조연들의 도움을 받을 것이란 사실이다. (지난 6편의 영화동안 그가 반복한 행동을 생각해보면, 사실 관객도 뻔히 예상할 수 있다...) 이러한 예측으로 이단 헌트가 잘못된 선택을 내리도록 유도하고 가짜 정보로 이단 헌트와 그의 동료를 위험에 빠뜨린다.
이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있었다. 이단 헌트는 이전 시리즈처럼 동료의 지도 안내에 따라 밤 거리를 뛰어다닌다. 골목에서 좌회전, 수십 미터 달리고 우회전 등... 엔티티는 주인공 무리의 장비를 해킹하고 음성 변조 기술을 활용해, 이단 헌트에게 잘못된 방향으로 가도록 유도한다. 톰 크루즈가 연기하는 이단 헌트는 가짜 정보에 따라 열심히 달린다. 특히 톰 크루즈의 달리기 폼이 워낙 크고 열성적이다 보니... 너무 애처로웠다.
잘못된 정보를 따라 질주하는 그의 모습은 오늘날 사회 현실과 너무 닮았다. 지금 온라인에는 가짜 정보가 차고 넘친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과 집권 여당은 '가짜뉴스가 자유 민주주의를 위협한다'라고 하지 않던가... 또 반대로 진짜 뉴스를 가짜 뉴스로 규정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뭐가 진짜인지 가짜인지 제대로 구분 짓기도 어려운 오늘날, 먹고살기 어려운 미래는 성큼 다가오고 있다. 거의 대부분의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그로 인한 식량난과 난민 문제 등을 예견하고 있다. 한국은 출산율 부족으로 인한 인구 감소를 예상하고 있다.
제대로 된 해결책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설령 안다 하더라도 그게 맞는 정보인지도 알 수 없다. 민주주의의 원칙에 따라 대다수 사람들이 믿는 해결책을 따라 나아가고 있지만, 해결책이 거짓이라면 우린 디스토피아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솔직히 우린 디스토피아를 향해 뛰어가고 있는 거 같긴 하다...)
미션 임파서블은 전형적인 '오락'영화였다. 무언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도 없이 즐기면 되는 영화였다. 이번 영화도 즐길 거리가 충분하면서도 과거와 달리 생각할 거리를 던지고 있다. 어쩌면 과거 SF 명작들이 묘사하던 미래가 현실이 되었기에 가능한 일 아닌가 싶다. 아무쪼록 내년 6월에 2편이 나온다고 하는데... 2편에선 무엇을 선보이는지 기대되면서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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