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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맘대로 리뷰

(스포) 마케팅에 영혼을 빼앗긴 오겜 - 오징어게임 시즌3 리뷰

by loneboy 2025. 6. 30.

주의 : 이 리뷰에는 스포일러가 있습니다만... 딱히 알고 봐도 상관이 없는... 
 

2021년 공개된 드라마 <오징어게임>은 한국 문화사에서 하나의 커다란 사건이었다. 노트북을 팔아가며 제작을 준비하고, 한국 사회를 배경으로 한 데스게임을 만들겠다는 일념 하나로 10년 넘게 방송국과 제작사를 찾아다녔던 황동혁 감독은 넷플릭스를 만나 전 세계적인 성공을 거뒀다. 단순히 넷플릭스 조회수 1위를 기록한 것을 넘어, 서양 국가에서도 설탕 뽑기와 딱지치기가 유행할 만큼 깊숙이 자리 잡았다. 과거 8-90년대에 미국 시장을 목표로 한국 노래를 영어로 개사하던 시대에는 결코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임을 절절하게 증명한 하나의 문화 현상이었다.
 
그리고 지난 6월 27일, 드디어 시즌3가 공개되며 <오징어게임>은 약 4년간의 여정을 마무리했다. 워낙 파급력이 컸던 시리즈인지라, 시즌 3는 과연 어떤 결말을 맺을지 궁금해 정주행을 했다. 결과는… 

 

 

오징어게임 시즌 3는 ‘용두사미’라는 말도 거창할 지경이었다. 시즌1에서 보여줬던 어른들의 동심과 죽음이 뒤섞인 데스게임의 매력은 심각하게 희석되었고, 입체적으로 발전 가능했던 캐릭터들은 단면적이고 허무하게 소모되었다. 시즌 1을 특별하게 만든 거의 모든 요소가 사라지고, 그 빈자리는 영혼 없는 마케팅 전략으로 채워졌다.
 

더 큰 문제는 드라마가 스스로 강조했던 메시지, 즉 "휴머니즘이 사라진 사회에 대한 비판"을 완벽히 배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간적 깊이와 복합성 대신에, 상투적인 선악의 구도와 자극적 죽음의 반복만이 남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걸까?


영혼 없는 캐릭터와 영혼마저 파괴된 아기 CG 

재미 없어! 재미 없다고!!!

 
시즌3은 모든 캐릭터의 서사를 급하게 끝내려는 듯했다. 참가자들은 빠짐없이 죽음을 맞았고, 오징어게임 운영자들만 안전히 살아남았다. 트랜스젠더 조현주(박성훈)는 갑자기 진기명기(임시완)에게 칼에 찔려 허무하게 죽는다. 강대호(강하늘)는 사실 해병대가 아니었고, 민수(이다윗)는 민규(노재원)에게 물들어 약에 중독되어 허우덕대다 그냥 죽는다. 프런트맨(이병헌)의 비밀은 무엇 하나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다. 프런트맨인 형을 찾으러 나섰던 황준호(위하준)는 결국 형과 만나긴 했지만, "왜 그랬어!"라고 윽박지를 뿐... 형과의 인연을 딱히 마무리짓지 못하고 끝났다.
 

호불호가 갈리긴 했지만, 시즌 2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던 이 캐릭터들은 나름 내면의 갈등이 엿보였다. 강대호는 끊임없이 무언가 숨기는 것 같았고, 민수는 새미의 믿음을 저버렸다는 후회에 휩싸였고, 현주는 본인의 성전환수술 때문에 영미를 안타깝게 떠나보냈다는 죄책감에 휩싸였다. 이 모든 내적 갈등은 제대로 해소되지 않고 허무하게 죽어버렸다. 이러다 보니 시즌2 공개 직후부터 인터넷에 떠돌던 수많은 추측보다 재미가 없었다. 민수가 VIP라는 설, 강대호가 해병대 총기 난사 사건의 관련자라는 설, 성기훈이 차기 프런트맨이 될 것이라는 설 등... 이 중 하나라도 실제로 맞아떨어졌더라면 예상치 못한 반전에 재미를 느꼈을지도 모르겠다.
 
사람들의 예측 중 맞아떨어진 게 하나 있긴 한데, 강노을(박규영)이 박경석(이진욱)을 구출하는 서사였다. 하지만 이것은 예측이라기엔 너무나 당연한 전개였다. 국내에선 꽤 유명한 이진욱 배우가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리 없었으니까. 하지만 이 서사마저도 재미가 없었다. 강노을이 경석을 구하려고 안간힘을 쓴 이유가 경석의 딸 때문이고, 본인이 잃어버린 딸에 대한 상처가 있어서라고 설명은 한다. 하지만 그렇게 따지면 임산부인 준희부터 노을이 구해주려고 신경 쓰지 않았을까? 무엇보다도 강노을이란 캐릭터가 딸을 그리워하는 모습을 보인 건 너무 짧고 임팩트가 없는 반면, 강노을이 다른 동료들과 겪는 갈등의 서사가 더 강하다 보니, 충분한 개연성을 느낄 수 없었다.  

정지 화면은 그러려니 하는데 움직일때 보면...

 
이 문제를 가장 대표적으로 드러낸 게 준희의 아기다. 아기 얼굴에 너무 많은 컴퓨터 그래픽이 들어가다 보니, 조금도 자연스럽지 않고 기괴했다. 불쾌한 골짜기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아기를 볼 때마다 '귀엽다'거나 '불쌍하다'는 생각보다는 '아니 저게 뭐야' 하는 경악스러움만 느껴졌다. 인간의 아기인지 외계인의 아기인지 불분명한 이 정체를 두고, 배우들은 무조건 '아기를 살려야 한다'며 무리한 행동을 반복한다. 장금자(강애심)는 아들인 박용식(양동근)을 칼로 찌른 뒤에 자살하고, VIP들은 아기를 참가자로 게임에 넣자는 - 참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을 내리고, 성기훈은 이 아기를 위해 목숨을 희생하며 거룩한 인간미를 뽐낸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거라곤 떡밥뿐 

선생님이 왜...

 
이런 와중에 드라마는 뜬금없이 마지막에 엄청난 떡밥을 던졌다. <반지의 제왕>, <캐럴>, <토르: 라그나로크> 등으로 할리우드의 전설이 된 케이트 블란쳇이 딱지녀로 등장한 것이다. 시즌3가 끝나기 거의 10~20초 전 나타난 케이트 블란쳇이 그저 카메오로 소모될 가능성은 극히 적다. 그녀의 등장은 즉 시즌4나 <오징어게임: 아메리카>의 공개를 적극적으로 암시하는 것이었다. 즉 후속작을 위한 강력한 마케팅인 것이다. 

 
결국 시즌2부터 등장한 캐릭터들은 제대로 된 결말 없이, 넷플릭스 후속작을 위한 소모품으로 쓰이고 버려졌다. 시즌1의 캐릭터들이 보여줬던 복잡한 내적 갈등과 선악의 경계는 사라지고, 캐릭터들은 일방적으로 착하거나, 나쁘거나, 또는 이유 없이 돌변하기만 했다. 인간적 공감을 일으키기 어려웠기에, 각 캐릭터들의 죽음의 순간조차도 감정이입이 어려웠다.
 

'고공 오징어 게임' 들어본 사람 있나? 

이런 걸 대체 누가 해봤죠?

 
오징어게임 시즌3은 작품의 메시지를 제대로 전달하지 못한 것을 넘어, 게임 자체도 실망스러웠다. 오징어게임의 매력은 어른들이 어릴 적 하던 놀이에 목숨을 건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징어게임 시즌3에서의 게임은 그런 매력을 잘 드러내지 못했다. 어릴 적 하던 놀이라고 주장은 하지만, '사실상 그게 진짜 어릴 때 하던 놀이인가?' 하는 의문만 남는다.
 
시즌3의 첫 게임인 술래잡기는 술래들이 칼을 들고 사람들을 찾아 죽이는 건데, 이건 오징어게임의 소위 스페셜 게임 (점등 후 떼싸움)과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웠다. 두 번째 게임인 줄넘기 게임에서는 줄이 CG로 구현되다 보니 너무 어색했다. 특히 줄넘기 게임의 가장 큰 묘미는 줄이 넘어갈 때 일직선으로 넘어오지 않고 휘어서 온다는 점일 텐데, 시즌3에서의 줄넘기 게임 속 줄은 진짜 줄이 아닌 철기둥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러다 보니 게임이 정겹게 느껴지기 어려웠다. 
 
가장 최악은 마지막 게임이었다. '고공 오징어 게임'은 어린이 놀이가 아닌 드라마가 스스로 창작한 놀이다. 처음 보는 놀이다 보니 아무런 감흥을 느낄 수 없었다. 보면서 '어차피 아기랑 성기훈이 살겠지'라는 생각으로 무심코 보게 되었다. 이 지점부터의 소위 '게임'은 관객의 노스탤지어나 신기함을 일으키는 게임이 아닌, <도박묵시록 카이지>에서 볼 법한 기상천외한 도박으로만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카이지>처럼 고도의 심리전이 있는 것도 아닌...) 
 

돈 말고 휴머니즘? 돈 챙긴 오겜의 영혼이나 챙겨라 

이미 리얼리티 쇼로도 진행된 오징어게임

 
시즌 3에서 성기훈은 내내 인간 때문에 갈등하다 인간을 위해 희생하는 거룩한 모습을 보여주려 한다. 하지만 그 모습을 보며 떠오른 것은 "시즌4나 스핀오프가 있다"는 생각뿐이었다. 성기훈은 오징어 게임을 끝장내고 싶었지만, 넷플릭스는 이를 허락하지 않은 것이다. 성기훈이 아무리 인간미를 보여주려고 안간힘을 써도, 결국 자본의 힘은 이길 수 없던 것이다. 그래서 프런트맨에 대한 비밀은 떡밥이 되고, 케이트 블란쳇의 깜짝 출연은 후속작을 위한 예고편이 된 것이다. 

결국 오징어게임 시즌3은, 시즌 4나 스핀오프를 위한 광고에 지나지 않게 되었다.

자본주의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결국 스스로 그 자본주의의 상품으로 전락한 주제에, 

"인간은 말이 아니야"라는 메시지가 어떻게 설득력 있을까...

 

소문에 따르면, 오징어게임 아메리카는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메가폰을 잡는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런 기대가 되지 않는다. 보나 마나 또 무슨 딸을 위해 게임에 들어간다는 전직 군인이 나올 테고, 미국에서 추방된 가족을 되찾겠다는 멕시코인이 나올 테고, 'Girls can do anything'을 증명하려는 유색인종 여성 캐릭터와 약쟁이 캐릭터가 나올 테고... 너무 많은 게 예상이 된다. 이렇게 예상이 되는 이유는, 할리우드에서의 영화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이다. 
 
애초에 할리우드 영화가 너무 질려서 오징어 게임에 주목한 건데, 왜 할리우드 영화로 다시 돌아가려는 걸까? 황동혁 감독이 10여 년간 집념하며 발전시킨, 대한민국을 전 세계 콘텐츠 시장의 중심으로 만들었던 시리즈가, 결국 미국의 손아귀로 빼앗긴 기분마저 든다. 
 
오징어게임 아메리카가 필자의 예상을 뛰어넘는 완성도를 보여준다면 다행이겠지만, 솔직히 오징어 게임의 핑크색 옷도 이젠 질렸다.
 

그동안 즐거웠다.
내게 오징어 게임은 오직 시즌 하나뿐이었다...
x발 기훈이형!!!